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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hington D.C

이민 아빠의 아메리칸 다이어리 (ft. 미국 이민자의 삶)

타지에서 살고 있는 이민자들은 그들의 삶을 책으로 정리하고 싶은 작은 욕심(?)이 있는 듯하다. 우연찮게 메릴랜드 락빌에 위치한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 "이민 아빠의 아메리칸 다이어리"를 발견하여 읽어보았다. 저자인 임세근씨는 이민 생활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책을 발간하였다. 2003년 8월에 초판하였으니 이미 20년 책을 지금 내가 읽는 것이다.

 

 

메릴랜드와 펜실베니아는 그리 멀지 않은데, 저자인 임세근씨를 알지는 못하지만, 책을 읽으며 한번 저자를 만나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특별히 저자가 20년전 거주했다고 하는 Lancaster는 Sight and Sound (성극)이 있어서 그래도 1년에 한번은 방문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을 정리하기 보다, 내가 특별히 몇 번 읽어보거나, 동감한 부분을 나눠보려고 한다. 

 

한국에서의 중견 간부의 자리를 놓고, 미국의 밑바닥 근로 시장에서 시작한 용기에 대해서 박수를 보낸다

보통은 한번씩 지나쳐가는 한국 그로서리 점원, 그리고 그곳에서 어렵게 시작하여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에 챕터마다 알지 못하는 기분의 기대를 하며 읽었다. 그리고 복권 인쇄 회사, 그리고 주말에는 2개의 파트 타임 잡, 양계장 그리고 자동차 정비소 그리고 시작된 정식 미국 회사의 삶. 그리고 열심히 일하느라 운동도 못하고, 그로 인해 아팠던 경험들. 해외에 거주하는 이들이라면 이런 삶의 패턴이 그리 낯설지 않은 것 같다. 특별히, 한국에서 부장급 이상(?)의 위치에 있었던 것 같은 데, 이러한 명예(?)를 다 버리고, 밑바닥부터 정말 열심히 살고, 가족들을 부양하려고 노력한 아버지의 모습에 감동했다. 

 

 

미국 생활을 가르치려고 쓴 책이라기 보다, 자신의 삶을 솔직히 담아 놓은 책

많은 책들이 이민 가면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아니면 이렇게 해서 나는 이루었다라고 접근하는데, 임세근씨의 책은 성공이라기 보다 자신의 삶을 수필식으로 풀어나갔다. 여기에는 분명 저자의 후배인 한호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의 저자)의 터치가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줄거리들은 분명 저자에게서 나온 것임에 틀림없는 듯한 문체를 사용하였다. 더구나 내가 놀랐던 것은 나 역시 하루의 생활을 조금씩 정리하는 습관이 있어서 Microsoft OneNote를 통해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저자는 정말 책을 쓰기 위해서 처음부터 생각했는지 몰라도, 자신과의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의 이름까지 모두 기억하며 적어놓았다. 그러면서 내 자신을 반성하는 기회를 가져보기도 하였다. 

 

 

우체국에서 일하시고 있지 않을까?

책에서 우체국 시험을 통과했다는 언급은 있었지만, 그 이후로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나오지 않는다. 이전에 비해 혜택은 줄었지만, 아직도 우체국은 준공무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에 이민자들이 선호하는 직업이다. 내가 살고 있는 락빌의 우체국에도 한국분들이 일하고 계시다. 혹 우체국에서 일하시게 되었다면 약 20년 넘었을 듯한데, 이제 은퇴를 하셨나 궁금하기도 하다. 

 

이민은 자녀 교육과 연결된다

 모두에게 이 표현은 맞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도 기회의 나라이며, 특별히 저소득 혹은 이민자들에게 교육의 혜택은 분명 주어지는 듯하다. 필자의 두 자녀도 공부를 잘한 듯하다. 한국의 삶을 접고 미국에서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하신 모습. 참 아름다웠다. 보통 일하면서 돈 벌러 다니느라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시작한 이민 생활이 엉뚱한 방향으로 갈 때가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차근차근 이민 생활을 하면서 자녀 교육도 열심인 미국 아빠. 참 멋지다. 

 

 

그 놈의 영어

20년이 지난 이민 생활, 나 역시 영어는 항상 숙제로 남아 있다. 아직도 내 책상에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영어 공부를 위한 책이 항상 나를 기다리고 있다. 60세가 넘어서 혼자 독학으로 토익을 만점 받은 할머니 이야기가 얼마전 뉴스에 소개되었다. 그것을 보고 참 부끄러운 마음이 나는 들었다. 물론 일하는 것에는 큰 지장이 없는 만큼 영어를 구사하고 있지만, 그놈의 영어는 참 쉽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한글로 블로그를 쓰는 지금, 언젠가 영어로 블로그를 시작할 날을 꿈꿔본다. 사실 영어를 정복한다는 의미보다 건성건성 읽는 영어 원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욕심은 항상 있다. 저자 역시 영어에 대한 공부 열정은 책에서도 대단하였다. 일하면서 시간을 내서 공부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생각되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저자를 만나 커피 한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텐데. 인터넷에 검색을 해봐도 저자의 근황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나 또한 언젠가 책도 발간하고 싶기에, 어떤 식으로 책을 쓰면 되는지에 대한 생각도 책을 읽는 동안 할 수 있었다. 더구나, 미국의 한 도시에 있는 도서관에서 한국책을 읽을 수 있으니 참 기분이 묘했다. 약 100권 넘게 있으니 한달에 한권씩 읽어도 몇년이 걸릴 듯하다. 나 역시 계속되는 이민 생활에서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있어 항상 기쁘고 행복하다.